기사상세페이지

임인택 칼럼 - < 집착과 망각(忘却) >

기사입력 2024.04.29 09:53

SNS 공유하기

fa tw
  • ba
  • ka ks url

    이제 잠깐 숨을 돌리고 생각해보자. 우리 인간들은 참 바쁘게 살아가고 있다. 정신을 차릴 수 없도록 바쁘게 살아 간다. 때로는 이것이 잘 살고 있는 것인지 하는 생각이 들어갈 때도 있다. 지구촌 곳곳에서의 전쟁과 질병과 기아와 아사(餓死)와 마약, 정치적 갈등과 각종 사건 사고 등 숨 돌릴 시간 없이 살아가고 있다. 그래서 인간들 본연의 모습대로 잘 살아가고 있는 것인지 생각해 보는 것이다. 이제 잠시 숨을 멈추고 생각해 보자. 
    인간들에게는 두가지의 사실이 있다. 삶과 죽음이다. 그런데 현실에만 너무 집착하고 매몰되어 살아가는 것은 아닌지. 또 하나의 다른 사실이 있다는 것을 망각한채 영원히 살 것처럼 미워하고 갈등하고 저주하며 이기적으로만 살아가는 것은 아닌지 생각해 본다. 

    우리 주변에는 지금 이 순간에도 많은 사람들이 죽어가고 있고, 그래서 항상 죽음을 의식하며 살아가지 않을 수 없다. 그렇지만 그러한 죽음에 대해서 그렇게까지 절박함을 느끼지 못하는 이유는, 죽음을 막연히 나의 죽음이 아닌, 남의 죽음으로만 생각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때로는 ‘그래, 내게도 죽음은 언제 올지 모르지, 오늘이 될 수도 있고 내일이 될 수도 있지’라고 말은 해 보지만 그러나 역시 현실이 아닌 막연한 미래를 생각할 수밖에 없기에 절박함을 느낄 수 없다. 
    그런데 언제 올지 모르는 죽음에 대해서 막연히 상상만 해 보는 것이 아니라 ‘주어진 삶의 시간을 다 살아서 분명하고 확실하게 닥쳐올 죽음 앞에 지금 막 다다랐다’고 생각해 보거나, ‘지난 삶의 시간들이 분명 나의 곁을 지나간 것처럼, 닥쳐올 죽음의 시간도 분명히 그리고 확실하게 지금 막 내 앞에 다다랐다’고 생각해본다면, 죽음에 대해 좀 더 절박하게 느껴짐을 체험하게 된다.

    그런데 혹, 살기도 바쁜데 죽음까지 뭘 그렇게 생각할 필요가 있느냐고 얘기할 수도 있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언젠가는 나에게 확실하게 닥쳐올 죽음이 나의 일이 아닌, 남의 일인양 생각하며 살아갈 수만은 없지 않은가. 살아가는 것도 사실이지만 죽음 또한 피할 수 없는 사실이다. 그러한 죽음을 얼마나 또 어떻게 생각하고 느낄 수 있느냐에 따라서 삶을 온전히 인식할 수 있고 아닐 수 있으며, 삶의 의미와 가치가 달라질 수 있고 살아가는 방법과 과정에 있어서도 차이가 있을 수 있다.
    죽음의 사실을 조금이라도 생각할 수 있다면, 삶에 대한 생각들이 달라질 수 있다. 

    우리 모두는 어쩔 수 없이 잃어버려야 할 삶들이고, 버려야 할 삶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전사(戰士)들처럼 살아간다. 죽이고 죽임을 당한다. 영원한 권력을 쥐기위해, 또한 영원한 명예와 부를 쥐기위해 싸운다. 그렇다고 현실을 무시하자는 얘기는 아니다. 오직 죽음이라는 사실을 망각한채, 현실에 매몰돼 피를 튀기며 싸운다는 것이다. 죽음의 사실을 생각할 수 있다면, 삶의 끝을 생각할 수 있다면 그렇다면 그래도 조금은 서로 이해할 수 있고 양보할 수 있고 협조하며 아쉬워하고 사랑하며 살아갈 수 있는 것은 아닌지, 아니 그렇게 살아가야만 하는 것은 아닌지 하고 생각해 보는 것이다. 현실에만 집착하는 어리석은 삶이 되어서는 안 되고, 죽음을 망각하는 바보 같은 삶이 되어서도 안 되며, 나만을 위한 이기적인 삶이 아닌, 가끔은 그래도 남을 생각하고 위할 수 있는 삶이 되어야 되지 않을까 생각되는 것이다.

     

    제목을 입력하세요.jpg

    backward top home